당신은 내 어둠 속에 유일한 빛이었어
당신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제게 당신은 그저
' 버림을 받지 않기 위한 수단 '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쁨을 받지 못하면
말을 듣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으면
버려질 테니까
당신은 그것도 모르고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와
제게 말을 걸고
제게 놀자고 하고
제 손을 잡았다
나는 웃는 얼굴을 하고서 받아줬다
이래야지 버림받지 않을 테니까
웃는 얼굴로
당신의 말을 받아주며
당신의 놀이에 응하며
당신의 손에 이끌려갔다
당신을 이용해서
이득을 얻어야 하니까
이걸 알면
당신은 실망할까?
아니면 이해해 줄까?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에서
첫 빛이 들어온 순간을
혼자 조용히 화관을 만들고 있을 때
" 누나 뭐 만들어?? "
당신이 갑자기 불쑥 튀어나와 내게 말을 걸었고
옆에 앉아 화관을 만드는 걸 구경하던 날
갑자기 반지를 만들겠다는 당신을
그저 별생각 없이 바라보았다
근데...
" 누나! 누나! 손 줘봐! 어서어서 "
" 손이요? 손은 왜요 ?"
갑자기 손을 달라는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 짠!! 어때?! 잘 만들었지?? 이거 누나 선물이야! "
닐 바라보며 웃는 얼굴을 하고서
자신이 만들던 반지를 내 손에 끼워줬던 그날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이런 선물을 받은 것은...
그리고 심장이 간질간질한 이 느낌을...
잠시라고 생각했던 느낌은
꽤 오래 지나도 계속 남아돌았다
어디가 아픈가 싶다가도
나쁘지 않은 느낌의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궁금한 나머지
오랫동안 하지 않은
공부라는 것을 시작했다
아무리 책을 찾아보고
공부를 해봐도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오긴 했지만
그때의 나는 부정하고 싶었는지
모르는 척을 하고 말았다
다른 이유가 있겠지
다른 무언가가 있겠지
아직 내가 못 찾은 거겠지
라는 생각으로 더 찾아보았지만
' 사랑 '
외에는 정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 정답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정하고 외면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내가
당신을 이용할 생각만 하던 내가
당신에게 ' 사랑 ' 이라는 걸
느낀다는 걸 어떻게 믿겠어
머리는 거짓말이라고 부정했지만
몸은 솔직했다
햇빛으로 인해 빛나는 금발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당신 쪽으로 갔고
웃으면서 내게 다가오는
당신만 보면 심장이 간지럽고
당신이 좋아하는 숨바꼽질 하려고
괜히 주변을 어스렁거리고
우연히라도 당신의 밝은 그 눈과
마주치는 날에는 잠을 못 이루었고
당신이 준 반지가 시들어가자
비슷한 반지를 찾아 끼고 다녔다
그렇게 퇴소 때까지
부정하며 당신을 피했고
계속 정답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정답을 찾지 못하고
퇴소해 버렸다
그렇게 퇴소하고 나서 조직에 들어왔다
적성에 생각보다 맞았는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날 인정해 주는 여기가 좋았다
하지만 아직도 이 느낌에 답을 찾지 못했다
" 금향씨 혹시 오늘 시간 있으실까요...? 같이 저녁 먹을까 해서요 "
어느 날 한 남성분께 받은 데이트신청
거절하려고 했었다
일도 바쁘고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이 없었기에
근데...
' 명헌이랑... 닮았어... '
' 금발 곱슬머리에 하얀 눈동자... 명헌이도 가지고 있던 건데...'
' 나랑 2살 차이니까... 20살... '
' 성격이 활발한 것도...'
당신과 닮은 외형
당신과 똑같은 나이
당신과 비슷한 성격
어떻게... 거절하겠어...
그렇게 데이트신청을 수락하고
며칠이 안 지나서 연애를 시작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나의 모든 연애가 이랬다
그리고 이때
인정하기로 했다
당신을 ' 사랑 ' 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는 도중에도
' 명헌이라면 이랬을까? '
' 명헌이도 이때 이런 모습일까? '
상대를 보며 항상 당신을 바라봤다
하지만 항상 얼마 안 가
들켜버렸다
" 너 나 사랑하긴 해? "
" 저를 보는 게 아니라 저로 누군가 보는 기분이에요 "
" 당신은 날 있는 그대로 안 보는군요 "
라는 식으로 항상 차였다
하지만 당연한 거 아닌가?
당신과 닮아서 만났던 거니까
어떻게 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겠어...
이런 연애가 반복했다
아니...
더 심해졌을지도 모른다
상대가 폭력적인 사람이라도
상대가 가스라이팅하는 사람이라도
상대가 집착이 심한 사람이라도
상대가 바람을 피우는 사람이라도
당신과 닮았다는 이유로 버텼다
당신을 이렇게라도 볼 수 있다는 게
나에게는 행복이었기에
그러다 우연히 춘람을 마주쳤을 때
그 사이의 당신을 보았다
당신을 보며
간질거리던 느낌은
이제 엄청나게 뛰는 걸로 바뀌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당신이 내게 먼저 다가왔던 것처럼
내가 당신에게 먼저 다가갔다
하지만 당신은 내게
" 공적인 일로 만난 만큼 사담은 줄여주셨으면 합니다 "
마음이 아프고 숨이 멎는 기분이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당신과 있는 시간이 내게는 큰 행복이니까
하지만 큰 행복은 얼마가지 못했다
' 난 너랑 싸우기 싫어... '
' 당신을 사랑하는데 어떻게... '
당신과 나랑 마주 보고 싸워야 하는
이 자리가 너무 숨 막혔다 하지만
' 나는... 지켜야 해.. 우리 애들을... '
당신을 너무 사랑했지만
나를 받아준 양천을 버릴 수가 없었다
거기에는
다른 애들이 있으니까
당신과 싸우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숨이 더 멎어갔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빨리 끝내주고 싶었다
이 싸움을 그만두기 위해
그러다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 이거 줄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사이즈가 안 맞겠네요~ "
웃으며 당신에게 반지를 보여줬다
통할지 안 통할지는 모르는 도박을 걸어버렸다
하지만 당황한 당신의 모습을 보고
당신도 나와의 추억을 잊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의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 이래서는 팔 버리겠네요. 그치. 누나 "
당신의 그 말은 날 모든 걸
멈추게 했다
오랜만의 보는 당신의 웃는 모습
오랜만의 들어보는 누나라는 목소리
어떻게 그 모습에 방심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당신은 내 목을 조여왔고
빠져나가려고 해 봐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계속 누나라고 말하며 미안하다는
당신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 명헌아... 다 컸네... 아주 멋있게... "
라는 말을 해버렸다
당신에게 전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진심을....
반지도 빼서 당신에게 건넸다
내가 이 반지를 보며
당신 생각을 했던 거처럼...
당신이 이 반지를 보며
내 생각을 했으면 했다
내 목을 조여오던 당신의 손이
느슨해졌다
당신은 지금 날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 힘이 빠졌으니 이제 저를 죽이시겠습니까? "
내가... 당신을...?
그게 가능할까요?
당신을... 이렇게까지 사랑하는데
당신이 내 빛인데
지금도 힘든데... 어떻게..
그러겠어...
자신을 그냥 죽여달라는 당신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가렸다
내가 죽더라도 당신이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 난 못 죽여... 아니... 안 죽일 거야.... 그리고 제발... 살아줄 수 없는 거야...? "
라고 말을 했다
당신은... 대답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눈물이 나왔다
당신을 아프게 하게 해서
당신을 힘들게 해서
당신이 대답을 하지 않아서
그리고...
내가 당신을 사랑해 버려서...
힘든 몸을 이끌고 가던 길
들려온 당신의 사망소식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눈물은 계속 나오고
심장은 찢어진 듯 아파왔다
내 삶에 유일한 빛이 꺼지던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과 싸우면서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었다
당신이... 더 이상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았으니까
삶의 의지가 없어져버렸다
열심히 양천을 위해서라고 싸웠지만
내 어둠은 점점 날 감싸 안아
삼켜버리기 시작했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이상 들지 않았다
이제는
당신을 보고 싶어도
당신이 없었고
당신과 말을 나누고 싶어도
당신이 없기에
당신과 눈이 마주치고 싶어도
당신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생각이 들었다
이번 정답은
' 죽음 '
그것밖에 없었다
처음이 어렵고
두 번째는 쉬워서 그랬는지
사랑을 받아들이기에는 오래 걸렸지만
죽은은 쉽게 받아들였다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은
왜 살아가야 할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편해지고 싶었다
더 이상
다른 남자를 보며 당신을 회상하는 것도
반지를 보며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도
당신과 전투를 하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당신의 마지막말이 계속 맴도는 것도
당신의 죽음의 힘들어하는 것도
그만하고 싶었다
그래서 죽여달라 했다
대장에 부탁을 어긴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이네한테는 부담감을 준거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욕심을 부리고 싶었다
어둠이 크고 넓은 곳에
양초 하나가 들어와
작은 빛을 만들어줬다
사람들은 그 빛으로
어둠을 어떻게 밝히냐고
했다
하지만
그 작은 불빛은 주변을
밝혔다
어둠은 그 빛에
호기심을 가졌고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
어둠은 빛을 사랑한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어둠은 그 빛이 아니라
사실 양초를 사랑했다
아무것도 없던 어둠에게
빛이라는 것을 선물해 줬으니까
양초가 어둠을 빚추어줬으니까
하지만 양초는 시간이 지나
녹아 더 이상 빛을 낼 수가 없었다
어둠은 자신이라도 빛을 내주고 싶었다
양초가 자신에게 해줬던 것처럼
하지만 어둠이 빛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사라지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
.
.
.
.
사후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 어둠에 빛을 준
양초인 당신에게
찾아갈 거다
그리고 말할 거다
" 당신을 연모했어요 "
라고